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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과거3

나의 첫 직장생활은 영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직장생활까지 영업이었다.

영업직은 보통 회사 내에서 타 포지션에 비해 연봉이 높다.

그 이유는 직접 돈을 버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며, 고객에게 을로써 다가가는 포지션이기에 금전으로 보상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사업체에는 영업 사원이랄 것이 특별히 없다.

물론 온라인을 이용해 B2B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만, 영업 전담 인력을 두지 않는다.

이유는 영업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기 때문이며, 영업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부담을 직원들에게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이라는 직무는 사회에서 기피하고 무시하는 직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과거로 올라갈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내 인생에 관여하지 않으셨던 부모님마저도 영업직은 말릴정도였으니 오죽하겠는가.

 

영업직군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보면 불쾌할수도 있는 글이지만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영업직군을 8년간 하였다. 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부담을 가지고 있는지, 그 역량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차이나는지도 알고 있다. 실제로 직원 역량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가장 큰 포지션이 몇가지 있는데 나는 연구직, 디자이너, 영업을 뽑는다.

마케터도 결과물 차이가 크지만, 위 세 포지션에 비하면 그 갭이 더 좁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영업전문가를 존중하며, 존경한다.

존경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존경하는 이유는 내가 8년을 하면서도 힘들었고, 어찌보면 사업도 영업에서 도망치기 위한 발버둥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영업직을 하며 나는 자괴감을 느꼈다.

업무 그 자체가 아니라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때문이었다.

 

영업직이라 하면 보통 접대가 많으며, 유흥업소를 자주 간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는 유흥업소를 가본적이 없다.

기업의 규모가 크면, 더군다나 외국계 기업이라면 유흥업소를 갈 수 없다.

아! 물론 갈 수는 있다. 사비에 회사에 알리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내가 일하고, 사업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업무 목적으로 유흥업소를 가장 많이 가는걸로 보이는 직종은 의외로 여러분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이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그 직종을 싸잡아 매도하는 행위기 때문에 명시하지 않겠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남편감으로, 부모님들이 사윗감으로, 내 자식의 직업이었으면 좋겠어 하는 직업들 중 유흥업소를 업무목적으로 반드시 가는 직종이 굉장히 많다.

큰 돈이 소수의 사람에서 나오는 업종은 고가의 접대가 많다. 이것만 기억하라.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그런 편견이 무척 싫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직장명에 감탄하고, 직무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직접적으로 접대로 유흥업소를 몇번이나 가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으며, 여성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자격지심이라는 것이 생겨 사치를 부리기 시작했다.

직업으로 당하는 무시를 돈으로라도 누르고 싶은 오기였다.

 

떠돌이 생활이 꿈이라던 청년은 외제차를 사고, 옷을 백화점에서만 구입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이 시기는 분명 낭비였다. 그것도 배움도 건강도 부도 챙기지 못한, 시간과 돈을 그냥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낭비였다.

하지만, 나를 각성시켜주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 때의 방탕하고 무분별한 시기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기에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욕망'이었다. 역시나 나는 돈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욕심을 거세 당하고, 그 현실이 싫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내가 물질에 미쳐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몇년 후부터 생활비를 드려야할 부모님이 계시다.

부모님은 노후대비가 되어있을리 없으며, 어려서부터 엄청난 노동에 시달리셔서 건강도 좋지 못하다.

나는 나의 부를 키워야했다.

 

부를 키우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1. 수익을 늘리는 것

2. 소비를 줄이는 것

 

나는 이미 돈을 쓰는 재미를 맛봤다.

소비를 줄이는 것보다 수익을 늘리고 싶었다.

그 때부터 수익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것이 무엇인가?

당연히 주식과 코인이다.

하지만 나는 코인이 폰지사기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코인은 어떠한 값어치도 없으며 절대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성을 조정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가상화폐를 공용 화폐로 대체한다면 대재앙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상화폐는 일종의 '금'이라고 생각된다.

금도 그 자체로는 가치가 거의 없다.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도 드물다.

장신구는 실용적 목적이 아니다. 장신구로 쓰여서 비싼것이 아니라, 비싸서 장신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일종의 '약속'이다. 수량이 무한하지 않기에 가치를 부여하기로 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폰지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주식투자를 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나는 주식투자를 꽤나 잘했다.

보통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본인 업종 관련 주식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애널리스트나 개인투자자들의 관점과 다르기 때문이다.

주식은 수급이다.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는 상승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급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말이다.

나는 이 이치를 굉장히 빨리 터득하여 주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시간'이다.

중장기 투자로 부를 쌓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확률이 크다. 집에서 크게 물려받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적은 시드를 조금씩 늘려간다. 예를 들어 내가 3000만원을 투자하였다고 생각해보자. 워렌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이 15%라고 들었다. 건방떨지말고 세계 최고 투자자 수익률을 기준으로 잡아서 계산해보자.

 

어떤가?

중장기 투자로 안전하게 부를 쌓을 수 있지만 단기간에 내 탐욕을 모두 채울 부를 만들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이러한 이유로 중장기 투자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나섰다.

 

그래서 나는 단타매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기서 부러졌다.

주식도 도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금을 까먹으면 이를 회수하기 위해 돈을 더 집어넣는다.

그리고 더 빠른 시기에 수익을 내려고 한다.

이 과정을 3년정도 거치니 모아놓은 돈도 없고, 손실만 쌓였다.

단타매매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못했던 것이다.

이후로 나는 주식에 관심을 끊게 되었다.

 

현재는 주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한다.

나에게 주식은 부를 쌓는 것이 아니라 방어의 개념이다.

물가 상승률보다 높으면 된다. 그리고 내가 망했을 때, 내 모든 사업이 파산했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로 묻어둔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한다.

내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앞으로 더욱 성장할 시장

2. 그 시장의 리더

3.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강점이 있는 기업

세가지에 부합하면 투자한다.

이렇게 투자하면 물론 시장 주도주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있게 묻어두니 수익률이 제법 쏠쏠하다.

또한 시장 주도 섹터는 주기적으로 변한다. 내가 선택한 종목도 결국 주도주가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주식 이후에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많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부동산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역시 시간이었다. 또한 내가 생각했던 부동산의 본질이다.

부동산은 부를 쌓는 방법이 아니라 부를 지키는 방법이다.

물론 부동산으로 부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두채 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 해당된다.

한채는 내가 거주하고, 한채를 사고 파는 것이다.

매매용 부동산은 입지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얼마든지 팔고 새로운 입지에 좋은 매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한채뿐이라면 어림없다.

지금 거주하는 집의 가격이 뛰어도 팔 수 없다. 팔아봤자 내 생활권에 대부분의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이런 방식으로는 부를 절대 폭발적으로 쌓을 수 없다.

 

다음 단계로 나는 장사를 시작했다.

또한 대학시절 술집에서 시달렸던 것과 영업직으로 사람을 상대하며 B2C 일을 더 이상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실무를 많이 봐줄 동업자를 구해 동업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겠지만, 이 역시 망했다.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다. 그 동업자는 해외로 도피하였으나 감옥에 다녀왔다.

그 동업자는 나에게만 사기를 친게 아니었다.

사실 나는 회사를 다닌다는 핑계를 댔지만, 그냥 사람들을 상대하기 싫고, 편하게 돈벌고 싶었던거다.

나는 이 때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어려서 가난속에 살며 일찍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철이 든게 아니라 세상을 반만 알고 있었기에 늦바람을 쎄게 맞은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가난'만 알고 '돈'을 몰랐다.

 

31살의 나이에 빚을 1억 3천만원가량 졌다.

1억 3천만원이 그리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면 거의 대부분의 돈이 빠져나간다.

이러한 재무상태가 되면 다음을 도모하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빚을 더 빨리 갚기도 어려우며, 시드머니를 모으기도 어렵다.

대출금 상환하고 최저 카드값 좀 내고 생활비 쓰고 나면 돈이 없다.

그러다 카드 리볼빙 미상환금이 쌓이면서 더욱 힘들어진다.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부모님에게 무이자로 빌려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렇게 내 직장생활 1막이 끝났다.

나는 이러한 멍청한 짓거리들의 연속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고, 성숙해졌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했는지와 이를 통해서 깨달았던 것들, 그리고 그제서야 시작된 내 제대로 된 행보에 대해 풀어보겠다.

 

과거를 회상해보니 나는 정말 멍청했다. 하지만 멍청했기에 배운 것이 많다.

나보다 멍청한 선택을 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나보다 똑똑한 선택을 해온 사람이라면 앞으로 일을 풀어나가기 훨씬 수월하다.

과거와 현재가 어떻든 상관없다. 좋은 경험이던, 안좋은 경험이던 쌓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반드시 있다.

그것을 찾아 잘 풀어나간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도 만회를 넘어 성공을 맛볼수 있다.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아마도 '과거' 이야기는 5편까지 갈 것 같다.

- 계획없이 마구잡이로 쓰다보니 가독성이 무척 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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