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업자들도 사업이 커가면 직원을 채용하는 순간이 온다.
처음부터 직원을 채용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1회차 대표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장사의 경우 처음부터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무척이나 많으며, 나는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직원을 뽑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돈
사업의 성패를 점치지 못하는 시기에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직원에게도 몹쓸 짓이다.
또한 사업 초기에는 돈을 아끼면 아낄수록 좋다.
아껴서 사장이 더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아껴놓은 돈으로 한 템포라도 빠르게 투자하여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수입이 크지 않기 때문에 첫번째 확장까지 상당히 오래 걸린다.
확장은 가속도가 작용한다. 따라서 첫 번째 확장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2. 지배력
처음부터 직원을 채용하여 분업화한다면 회사에 대한 대표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특정 파트에서 특정 직원에 종속되기 때문에 그 직원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직원은 회사의 미래보다 본인의 이득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직원이 나쁘거나, 혹은 보는 시야가 좁아서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내가 초석을 다지고 직원에게 업무를 물려주면 높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배력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리딩할 수 있는 능력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사업이 어느정도 확장되고 자리를 잡으면 직원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나의 경우에는 첫 직원을 뽑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혼자 사업을 이끌었다.
그런 생활을 2년정도 하다보니 퇴사 후에는 오히려 여유가 흘러넘쳤다.
하지만 계속 사업이 커지고, 새롭게 진입하는 영역이 추가되어 혼자하기 벅찬 상황이 생겼다.
나는 많은 양의 업무가 힘들어서 직원을 뽑은 것이 아니다.
개인 사업을 하는데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 사업을 하며 오랜시간 일이 많아 힘든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실적부진이나, 위기를 겪을 때는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내 사업에 일이 많아 힘들다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사람일 수 있다.
이런 사람이 게으르거나 나태하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 나처럼 일에 미치는 사장도 있지만, 내 시간이 중요한 사장도 있다.
사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사람은 사업을 최대한 자동화하며, 사업으로 축적하는 자산을 재투자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사업보다는 제테크로 비중을 넘기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직원을 뽑은 이유는 업무가 뒤로 밀리는 상황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는 일일 10시간의 업무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평소에도 나는 6시간 정도 잔다.
정말 바쁜 순간에는 비상상황을 발령하고 사무실에서 숙식한다. 지금도 그렇게 일을 한다.
물론 직원들은 9 to 6 를 지킨다.
하지만 계열사(계열사라고 하기 민망한 규모지만, 그래도 별개 법인이 있으며, 본사의 지분으로 창업한 회사들이다.) 사장급들은 비상상황이 되면 밤낮 주말없이 일을 한다.
문제는 모든 일이 내가 시간을 들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무의 효율화를 극한으로 진행했음에도 여러가지 일을 타임라인 안에 정리하기 힘든 순간이 왔다.
이때 나는 직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첫 직원을 뽑는 것은 정말 어렵다.
지금부터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건실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이 단계에 화려한 사무실이 있으면 안된다.
약간은 누추한 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화려한 사무실은 그만큼 돈을 잡아먹었다는 뜻이다.
직원 한명 없는 주제에 사업 규모가 얼마나 클것인가? 그런데 화려한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고?
말도 안된다.
그런데 문제는 직원들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일수록 이런 성향은 더 강하다.
또한 사업체를 떠나 중소기업이라는 것만으로도 직원을 채용하기는 무척 어렵다.
내가 정말 한심하게 생각하는 부류지만, 실제로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중견, 중견이 안되면 중소로 취업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냥 취준생이라며 노는 사람이 많다.
즉 중소기업으로까지 내려오는 직원은 인구통계와 비교해보면 많이 적다.
그런데 직원 한명 없는 중소기업? 면접을 보고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일수록 유능한 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메뉴얼이 없고 사수가 없기에 개개인의 역량 차이가 정말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다니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내 의견을 말해보겠다.
대기업, 글로벌 기업을 다니며 느낀 것은 규모가 큰 기업은 개인의 역량보다 일정한 시스템의 힘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인력이 정말 엄청난 멍청이가 아닌 이상 굴러가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한명 한명이 정말 중요한 전력이다.
이 사람 한명으로 인해 기업의 아웃풋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잘 뽑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 시기에 나는 채용을 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썼고, 지금도 여전히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
1. 연봉
나는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연봉을 박하게 주지 않는다.
오히려 중소기업일수록 연봉을 더 많이 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안그래도 오기 싫은 중소기업을 오게 하려면 돈이라도 많이 줘야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이 연봉을 많이 주기 어려운 이유는 세가지라고 생각한다.
1. 사장이 경영을 잘못해서 충분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 직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채용해서 n빵을 하다보니 인당 연봉이 낮아졌다. 단순하게 직원이 절반이면 연봉은 두배로 올릴 수 있다.
3. 사장이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해서다.
나는 위 3가지 이유로 중소기업이 연봉을 많이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 3가지만 해결하면 중소기업도 충분히 많은 연봉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줄 수 있어야 하며, 이런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글에서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내 회사들은 엄청난 효율성을 자랑한다. 적은 인력으로 높은 수익을 낸다.
업무의 효율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루틴을 철저히 부정한다.
그리고 칼퇴를 위해 모두 열심히 일한다.
이런 터프한 분위기에도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다니는데에는 분명 '연봉'이라는 포기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국내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계열사 중에도 우리보다 연봉 낮은 곳이 꽤나 많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나도 큰 회사를 다녀봤고, 내 친구들도 큰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왠만한 기업들의 연봉 스킴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서 우리 연봉에 대해 자부할 수 있다.
대기업 입사에 실패했지만, 그만큼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과연 퇴사하기 쉬울까?
아니다.
2. 자격요건
우리 회사의 자격요건은 '학력 무관'이다.
학력보다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출입 업무 관련 업무도 함께 볼 직원을 뽑을 때는 외국어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그러다보니 고학력인 직원이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고학력이라 뽑힌 것이 아니라 외국어를 잘했기 때문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우리 회사는 고졸도 중졸도 입사가 가능하다. 필요한 역량만 있으면 된다.
또한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특별한 역량은 필요없는 경우가 많으며 회사에서 일하며 배우면 되는 경우가 많다.
4년제 대졸이라는 자격요건을 없애면 그만큼 인력풀이 넓어진다. 채용이 더 쉬워진다.
물론 나는 채용을 안되서 눈높이를 낮춘 것은 아니다.
정말로 학력이 업무와 완벽히 무관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 현장에서 내 믿음을 완벽히 검증했다.
우리 회사에서 사장단 제외 연봉이 가장 높은 직원의 학력은 고졸이다.
이 친구는 제품 컨셉, 광고 컨셉, 카피라이팅 등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에 엄청난 역량을 보인다.
이러한 경쟁력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며, 대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과 감각의 영역이다.
또한 사장단 중에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며, 4년제 대졸보다 아닌 사람이 더 많다.
전문대도 있지만, 고졸도 있다.
그들은 사업 초기부터 그들의 능력을 입증했고, 다양한 업무를 모두 경험하며 회사 경영이 가능함을 내게 입증해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학력을 아예 보지 않는다.
돈을 많이 주고, 학력을 보지 않았다는 내 답은 너무 당연해서 어이가 없을 것이다.
원래 세상에는 기발한 방법은 별로 없다.
누구나 아는 정답을 실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학력 안보고 돈을 많이 주면 중소기업도 직원을 뽑을 수 있다.
그런데 좋은 직원을 뽑는 것은 다르다.
조건을 만들면 그때부터 이력서가 들어온다.
이중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회사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여기에 맞기 위해 우리 회사의 단점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내가 직원을 뽑을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는 '고생을 해보았는가? 어떻게 극복했는가?' 이다.
고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또한 20대 친구들의 고생은 대부분 나이든 입장에서 별거 아닌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것을 가장 크게 고려하고 이것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은 직원을 절대 채용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슬하에서 이제서야 나오려고 하는 직원을 뽑아 도박을 하기엔 우리는 여력이 없다.
여기서 나는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나 또한 그리 평탄하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과거' 글에 다 기재하지는 못했지만 가정의 경제상황도 문제였지만, 가정사 자체도 꽤나 피곤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앞에서 가난 코스프레를 하면 대부분 발각된다.
경험해본 사람과 상상해본 사람은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
내가 가난했고 고생해봤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고, 여기에 필요한 사람까지 알아볼 수 있다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생을 하며, 여러 바보짓으로 돈을 날려먹고 낭떠러지에 떠밀렸던 것이 얼마나 운이 좋은가?
어쨌든 나는 '고생'이지만 다른 대표님들은 다른 것을 원할 수 있다.
이것을 찾아라.
그리고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고민해라.
그렇다면 우리 회사에 딱맞는 훌륭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